신화적 사고
구조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의 이해를 위해 야생의 사고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야생의 사고는 문명인들의 사고와 본질적으로 다른 미개의 사고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해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문명인들이 미개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사고가 전혀 미개하지 않다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를 신화적 사고 혹은 구체의 논리로 표현되는 사고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한 야생의 사고가 문명인의 사고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문명인이 가진 사고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문명의 사고를 추상의 과학이라고 한다면 주술적이고 감각적인 미개인의 사고는 구체적인 과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표현으로는 신화적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mythos의 신화는 로고스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야생의 사고를 통해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1940년 프랑스 남부 지방의 작은 마을 라스코에서 10대 소년들이 우연히 발견한 동굴이다. 1만 년에서 2만 년 전에 살았던 구석기인들의 훌륭한 벽화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많이 그려진 동물은 말이고 그다음이 소, 사슴의 순서이다. 이곳에 살던 구석기인들의 머릿속에는 사고의 조직화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을까? 신화적 사고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느 동네에는 수십 년 된 목공소가 있다. 오래된 만큼 여장도 정리되어 있지 않고 목재도 사방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런데 옆 동네에 새로 들어선 현대식 가구 공장은 이와는 딴판이다. 자동화된 컨베이어 시스템을 갖춘 이 공장은 모든 것이 전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자, 여기에서 신화적 사고를 대입해 보자. 신화적 사고는 전자동화된 공장처럼 논리정연한 세계가 아니다. 도깨비굴 같은 목공소에서 목수는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낸다.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진다. 바로 이 목수의 수십 년 된 손재주가 신화적 사고이다.
신화의 기능
과거의 신화는 사물의 이치와 우주 창조의 원리 등 인간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열쇠를 우리에게 제공하였다. 그런데 과학 문명이 신화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이후, 신화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과학 문명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신화를 통해 그 답을 찾으려는 까닭이 무엇일까? 먼저 신화는 과학이 해결을 못 하는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일례로 우리 인간은 오래전부터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을 신화에서 찾았는데, 과학은 이에 대해 그 어떤 방향도 제시해 주지 못한다. 과학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존엄성을 상실하고 인간이 사는 환경은 오염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신화가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신화 자체가, 비록 신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을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화는 먼 옛날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하나였던 시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동물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들을 트럭에 실어 땅속에 파묻는 장면은 신화적인 시각에서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아득한 옛날 그들은 인간의 친구였으며 인간과 함께 살던 존재였는데, 지금은 단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동물들을 영혼이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신화는 이렇게 황폐해진 정신세계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신화는 정서가 메말라버린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모든 것을 과학적 사고로 풀려는 현대인들에게 신화는 다소 비논리적이고 감각적인 사고를 우리에게 보여 주지만, 역으로 그런 사고방식이 우리가 갇혀 있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신화는 생활에 대해 근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 규범을 제공해 준다.
신화의 구조
구조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는 이야기 중심으로 이루어진 신화에서 구조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전체를 일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신화의 각 에피소드는 전체의 틀에서 기술될 수 있다. 아울러 신화의 등장인물은 유기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리스 신화를 예로 들어보자. 그리스 신화에는 총 6천여명 이상의 신들과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신화의 등장인물들은 유기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예를 들어 누구는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와 결혼해서 누구를 낳았다는 식이다. 신화를 읽은 사람들은 이러한 유기적 관계를 통해 보다 더 신화의 사실성에 근접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 구조의 구성 요소들이 복수 혹은 다수의 기호를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 기호들은 사호 대립을 통해 전체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레비스트로스는 이항 대립을 강조하였다. 빛, 어둠, 하늘, 대지, 삶, 죽음, 남자, 여자 등이 이항 대립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본래 구조의 개념은 언어학에서 제시된 개념인데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 이론을 언어학에서 인류학, 그리고 다시 신화학으로 확대, 적용한 학자였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론
구조인류학을 통해 신화 연구의 영역을 확대한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에 대한 궁극적인 관심을 다음과 같은 문제에 연결했다. 즉, 신화의 구조가 실제로 인간 정신을 반영하는지, 동시에 신화의 구조가 어떻게 인간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는가에 관한 문제들이 레비스트로스의 관심사였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에 대한 접근 방법은 신화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신화는 인간이 정신세계에서 생각하는 바를 신화의 구조를 통하여 보여 준다는 것이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론은 프로이트와 융같이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신화를 해석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즉,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어떻게 신화를 생각하느냐는 심리적인 측면과 관련된 것이고, 신화 자체의 구조가 어떻게 인간에게 투영되느냐는 것이 레비스트로스의 관심사이다. 그러므로 신화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신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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