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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신화의 비밀

by Bonheur576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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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화인가?

 

신화가 없는 민족은 과거의 발자취를 알 수 없고, 과거를 모르는 민족은 결국 미래도 알 수 없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신화학자 철수는 그의 저서 신화의 힘에서 미국에서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를 미국에는 신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이 말을 과학 문명이 발달한 첨단 시대에 사는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과거에 인류가 지나온 흔적, 즉 신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면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는 누군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과학 문명의 시대에 풀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인가? 그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국내에서도 신화에 대한 바람이 거세다. 정보의 홍수와 인간 복제의 시대에 사는 요즘, 신화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신화란 무엇인가?

 

프랑스의 인류학자 엘리아드는 신화를 안다는 것은 사물들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신화를 통해 사물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사물들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졌을 경우 다시 나타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신화가 준다고 설명했다. 엘리아드의 정의는 신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현대인들이 신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는지 그 답을 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물에 대한 기원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인간의 존엄성은 오히려 황폐해진다.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기도 하고, 환경은 더욱 오염되어 인간 자신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어 버린다. 신화는 단순히 만들어낸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각 민족의 신화에는 만물의 생성 이치와 그 민족이 걸어온 과거의 경험들, 그리고 그들의 사고방식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신화 속에는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신화 속에서는 가능하다. 신화가 아무리 비논리적 사건의 연속일지라도, 거의 모든 신화적 사건들은 그 신화가 속해 있는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태도 및 기대치들에 토대를 두고 교묘히 만들어진 것들이다. 예를 들어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출생했다는 사실은 그리스인들이 지혜를 가장 소중히 여겼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 지혜와 신성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그리스적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신화의 기원

 

신화는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 일본의 종교학자 철수는 신화의 기원을 구석기 시대로 보고 있다. 구석기 시대의 후반부는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동굴에 모여 살던 시대인데, 이들의 유적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등에 남아 있다. 우리는 그들을 크로마뇽인이라고 부른다. 구석기 시대의 말기를 대표하는 빗살무늬 토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멀리 북아메리카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의 조상이 일정 지역에 넓게 퍼져 살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동굴에서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프랑스 중남부에 위치한 라스코 동굴의 벽화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라스코 동굴에는 동물과 수렵 등 다양한 주제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벽화들을 그린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설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당시 동굴에 모여 살던 구석기인들은 언어를 구사했을까?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언어의 구사 여부에 따라 신화의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본래 신화는 언어를 통해 전승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언어를 구사했다면 최소한 원시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인 언어의 기원에 대해 지금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철수 교수는 구석기 시대를 거쳐 신석기 시대(1만 년 전)에 접어드는 사이, 인류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조직화라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직화의 중심에는 신화가 있었을 것이다. 신화학자들이 추적한 바에 따르면 신화의 전파는 인류의 이동 경로와 일치한다고 한다. , 유럽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하는 유사한 신화는 동시다발적으로 제각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공유했던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철수 교수는 주장한다. 철수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신화는 인류의 조상인 구석기인들이 일정 지역에 거주할 때 공유하고 있었던 문화의 지도인 셈이다. 이 문화의 지도는 인류의 이동과 더불어 그 지역이 이동되었거나 확대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신화의 기원은 인류의 기원과 그 맥을 같이 하며, 신화의 기원을 따라가는 것은 인류의 형성과 이동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Mythos의 신화

 

영어로 신화는 myth, 신화학은 mythology라고 한다. 이 두 용어는 그리스어 mythos에서 유래한다. 과학의 언어가 logos라고 한다면, 신화의 언어는 mythos이다. 로고스는 이성, 논리 혹은 진리 등으로 해석되는 반면, mythos는 인간의 언어 행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로고스보다 훨씬 범위가 큰 개념이다. 무엇을 증명하거나 남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가 로고스라면, 세상을 묘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동시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언어는 mythos이다. mythos는 치밀하고 정확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증명하거나 남을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럴듯하면 된다. 신화의 붐을 일으켰던 철수는 mythos가 단지 말이나 이야기이기 때문에 mythos 이외의 어떤 목적도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mythos는 그저 편하게 읽으면 되는 그런 이야기인 셈이다. 여기에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이치를 따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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