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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언어 이외의 언어

by Bonheur576 202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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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인간의 의사소통 중 60%가 비언어적 수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Daniel 같은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수단의 90%가 비언어적 수단에 의해 표현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그렇게 많은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하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언어적 수단이 같은 언어권에서는 통용이 되지만 문화권이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보의 전달이다. 우리는 정보의 전달이 대부분 구두적인 수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보조 수단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말이 보조 수단이지 어떤 경우에는 보조 수단이 구두적 언어를 대신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본말이 바뀐 것이 아닐까? 이 글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 구사자들이 의사소통할 경우, 의사소통의 문제점은 언어적인 것에 전적으로 달려있는지 살펴보고, 동시에 의사소통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들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문화권마다 언어 이외의 표현이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때 음성 언어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언어적 수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비언어적 표현법으로는 목소리, 표정, , 몸짓, 행동, 접촉, 자세, 근접 거리, 외모, 냄새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적 요소들이 주를 이루고 비언어적 요소들은 보조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비언어적 수단이 동반되지 않는 의사소통은 있을 수 없다. 언어적 수단은 사실적이거나 지적 정보를 전달하는 반면, 비언어적 수단은 비유적이고 의지나 감정을 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가능한 한 비언어적 수단을 최대한 배제한 채 판결문의 내용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여기에는 결코 판사 개인의 감정이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언어적 수단이 언어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의사소통할 때 부딪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상이한 비언어적 수단일 수 있다. 각 문화권에 사용되는 중요한 비언어적 수단들을 알아보자. Watson은 문화권을 접촉 문화권과 비접촉 문화권으로 구분하였다. 접촉 문화권에는 아랍인, 남미인, 남유럽인을 포함했으며 비접촉 문화권에는 아시아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북유럽인들이 속한다. 한국인들도 전형적인 비접촉 문화권에 속한다. 우리의 인사 예법을 살펴보면 신체의 접촉을 허용하는 경우가 없다. 악수도 서양에서 들어온 인사법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남유럽인들은 남자들도 서로의 뺨을 비비며 인사를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이런 인사법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럽을 다녀본 사람들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경우, 주인이 계산대 옆의 작은 받침대에 거스름돈을 놓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거스름돈을 손님에게 건네줄 때 손의 접촉을 꺼리는 습관에서 유래한 것이다. 접촉 문화권과 비접촉 문화권의 구분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접촉 문화권일수록 신체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나타나 이탈리아다. 이러한 전통은 제스처를 즐겨 사용하던 로마의 웅변가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작가 디킨스는 나폴리에 있을 때 이탈리아 안에서는 모든 것이 무언극으로 끝난다고 말을 했을 정도다. 이탈리아보다는 덜하지만, 프랑스인들도 제스처를 많이 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제스처를 즐겨 쓰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이다. 프랑스에 르네상스를 전한 앙리 2세에게 시집을 오기 전까지 프랑스인들은 제스처를 천박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의 제스처는 이탈리아인들의 제스처보다 그 반경이 작은 편이지만 그 종류는 이탈리아의 제스처만큼 다양하다. 같은 민족이라도 영국과 미국의 경우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인들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한편, 영국인들은 거의 제스처를 쓰지 않는다. 영국인들이 과다한 몸짓이나 손짓할 때는 그들이 몹시 화가 났거나 감정이 고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국가들은 제스처의 사용 정도에 따라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격앙된 제스처를 쓰지 않고 제스처 문화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는 자제된 제스처를 사용하는 국가들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의 국가들은 다양하고 과장된 제스처를 쓴다. 위의 유형을 보면 유럽의 3대 민족 중에서 라틴 민족을 제외한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제스처를 즐겨 사용하지 않는 민족으로 분류되어 있다. 제스처의 사용과 그 선호 정도는 한 민족의 기질과도 연관이 있다. 다혈질의 라틴족이 제스처를 쓴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접촉 문화권과 비접촉 문화권의 구분은 몸짓 언어인 제스처의 사용 빈도와 함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할 경우, 해당 언어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비언어적 요소의 이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접촉 문화권과 비접촉 문화권의 차이를 사전에 알고 있는 것이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언어적 요소 중에서 제스처는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러한 차이를 보이는 제스처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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