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란 무엇인가? 단순한 허구로 이루어진 옛날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신화란 때로는 유치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가득 찬 것 같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신화에는 그 민족의 우주관이나 인간관이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신화에는 천지의 창조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신화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자. 어느 역사학자는 신화를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 또는 인간이 만든 허구적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인 경험 또는 한 집단이 자기네들이 경험했다고 믿는 사실이라고 정의한다. 문화의 다양한 유, 무형의 형태는 언어 속에 화석처럼 굳어진다. 그렇다면 신화란 것이 한 민족이 경험했던 사실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언어는 신화와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신화의 해석에서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신들의 이름, 상징물의 명칭, 신화 속의 다양한 표현 등이 신화의 해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화의 특징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화의 상징성이다. 본래 언어라는 것도 인간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상징체계이므로 신화의 상징성을 푸는 열쇠는 언어가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화 자체가 언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과거 한 민족이 경험했던 역사적 사실들은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까지는 언어로 전승된다. 그 속에는 자신들의 정체성, 우주관, 인간관, 자연관 등이 총망라되어 녹아 있다. 그러나 문자와 기호가 정보 전달의 매체로 자리 잡은 이후 신화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 말은 신화와 언어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을 통하여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을 엿보려고 한다. 먼저 한민족의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를 언어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살펴보자.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 신화는 다음과 같다. 옛날의 환인의 서자 환웅이 있어 항상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냈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을 내려다보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지라 천부인 세 개를 주어 내려가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삼천 명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그곳을 신시라 하였다. 이분이 환웅천왕이다. 그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과 선악 등 무릇 인간의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인간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였다. 그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았는데, 항상 신웅에게 사람이 되고 싶다고 빌었다. 한 번은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범인인 것을 받아먹었다. 곰은 37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그러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다. 웅녀는 자기와 혼인할 사람이 없어 항상 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배게 해달라고 축원하였다. 이에 환웅이 잠깐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결혼하니, 웅녀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하였다. 단군은 요 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인 경인년에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이라 일컬었다. 또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에 옮겼는데, 그곳을 또 금 미달이라고도 한다. 나라를 다스린 것이 일천 오백년이었다. 단군 신화가 비록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원문의 한자는 그 소리가 중요한 것이지 뜻은 별 의미가 없다. 신라 시대의 이두와 향찰도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는 단군 신화의 여러 측면 중에서 신화에 나타난 언어의 상징성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환인과 환웅의 이름에서 환의 의미는 한국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첫째, 환을 동사 ‘환하다’에서 유래한 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환인과 환웅은 밝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태양신을 숭배하는 부족의 우두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능한 해석은 한국어의 ‘한’과 같은 의미로 보는 것이다. 한국어에서 ‘한’이란 말은 ‘크다’ 혹은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로를 ‘한길’, 지명 대전을 ‘한밭’이라고 불렀던 곳이 좋은 예시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것을 한’ 혹은 ‘거서간’이라고 불렸다. 여기에서 ‘간’이란 말은 우두머리를 뜻한다. 시베리아에서 지고지순의 무당을 ‘AKM’이라고 불렀고, 몽골의 칭기즈칸에서 ‘칸’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또한 신라왕의 호칭 중에서 ‘이사금’의 ‘Ku’도 같은 의미이다. 단군 신화에는 환웅이 환인의 서자로 적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서자의 의미는 조선 시대처럼 소실의 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본래 동북아시아 민족 특히 유목 민족들은 자식이 여러 명 있으면 막내아들만 남겨 놓고 떠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장자상속제가 아니라 말자상속제인 셈이다. 환웅이 강림한 곳은 태백산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서 백이라는 뜻은 역시 밝은 혹은 환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무리가 자리를 잡은 곳도 태양을 의미하는 지명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단군 신화의 종합적 이해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곰을 언어학적인 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즉 그들에게 곰은 신과 같은 숭배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곰은 자연스레 지모 신으로 숭배되었을 것이다. 유목 문화권인 시베리아에서 숭배받던 곰의 상징성은 농경 문화권인 한반도로 전해지고, 그 신화도 함께 전해진다. 이제 곰은 농경 문화의 숭배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이상과 같이 신화를 언어적으로 분석한 결과 단군 신화는 태양을 숭배하는 부족과 지신을 모시는 부족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공동체가 되었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언어학
신화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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